생명사랑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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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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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생명사랑기금 작성일19-12-16 16:29 조회1,19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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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산다.

    안양샘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병동 수간호사 이선화


    천하에 범사가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이 이룰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

    (전도서 3장1절-2절)

     

    호스피스병동에 있으면서 한 달에 10건 이상의 죽음을 늘 맞이합니다. 죽음을 만나는 것보다 죽음이 끝이 아닌 것을 환자와 가족에게 인식시켜주는 것이 더 어려웠습니다. 일반병동에서 항암치료와 면역치료를 열심히 받던 환자가 더 이상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얘기를 듣고 갑자기 호스피스병동으로 전실을 하게 되면 당장 오늘 죽을 사람처럼 절망하고 우울해하며 말문을 닫아버리는 경우가 많이있습니다.

     

    신앙이 있던, 없던 사람들은 이 시점을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워합니다. 자기 죽음을 받아들이고 천천히 준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감히 짐작을 합니다. 이럴 때 호스피스에서는 이삼일 정도 조용히 기다려줍니다. 병실에 자주 찾아가 외롭지 않게 환자의 손을 잡아주고 웃어주고 따뜻하게 말을 건네드립니다. 봉사자의 도움으로 발 마사지와 전신목욕을 하고 함께 예배도 합니다. 그러고 나면 그들은 천천히 마음을 열고 두려움을 말합니다.

     

    그 때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나비가 땅 속에 머무른 시간이 있어야 비로소 훨훨 날아오르듯 우리도 죽음이라는 과정을 거쳐 더 나은 곳에가게 된다고 안내하는 것 뿐 입니다. 종종 인생의 막바지에서 예수님을 영접하고 스스로 세례 받고 싶다고 말하는 분들이 계시면 저희는 이 땅에서의 마지막 생일잔치와 동시에 하나님 나라에서의 첫 생일잔치를 열어 드립니다. 관계가 어려웠던 가족도 불러 모으고 축하팀도 섭외해 기쁜 생일을 만들어 드립니다.

     

    감사하게도 깨어진 가정은 화해하게 되고 단절되었던 부모 자식이 서로 만나 용서합니다. 저는 이런 광경을 보며 하나님과의 관계가 해결될 때 인간과의 관계도 쉽게 풀려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은 죽습니다. 최선을 다해 간호하겠지만 그 와중 에도 사망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죽음이 실패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유한하지만 하나님은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죽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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